저항의 시대에서 공정 상생의 시대로
존경하고 사랑하는 광주 서중 일고 동문 선·후배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저는 지난해에 광주고보 서중 일고 개교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하여 재경총동창회에서 새롭게 개편 조직된 ‘사단법인 광주일고100주년기념사업회’ 이사장이라는 중책을 맡고 있는 35회 김동신입니다.
봄이 다 가고 있습니다만, 작년에 이어서 올해도 보고픈 마음뿐 함께 하지 못하는 시간이 안타깝게 흐르고 있습니다. 일찍이 우리 역사에서 이처럼 코로나19 팬데믹이 지루하게 이어진 적은 없었습니다. 동네 어귀 카페 불이 꺼지고, 골목마다 찬 바람 부는 가게들이 날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급기야 세를 놓아도 들어올 사람마저 없는 공동 상태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우리 동문 가족들도 이같이 차갑고 두려운 코로나19 팬데믹의 파도에서 비켜갈 수는 없을 것입니다. 모쪼록 어려운 가운데서 하시는 일에 전심전력하여 잘 헤쳐나가시고, 댁내에도 두루 건강과 평안이 깃들기를 기원합니다.
1920년 5월 1일 모교가 창학(創學)하고 어언 101번의 생일이 지났습니다. 지난해 저희 선·후배 동문들은 개교 100주년이라는 경사스러운 해를 맞이하여 성대한 기념행사를 갖고, 모든 동문 선·후배가 한데 어울려서 축포를 터트릴 계획을 세운 바 있습니다. 아울러 국권 회복과 민주 평등 세상을 건설하기 위해 매진해온 지난 100년을 돌아보고, 앞으로 어떤 길을 걸어야지 함께 숙의하는 자리가 마련되기를 기대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예기치 못했던 코로나19 펜데믹에 따라 변변한 100주년 행사도 치를 수 없었을뿐더러, 새로운 시대정신에 걸맞는 좌표를 제대로 설정하지 못하는 아쉬운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존경하는 선배님 그리고 사랑하는 후배 여러분!
우리 모교의 역사는 일제 치하의 25년 독립을 향한 선배 동문의 저항의 역사와 해방 이후 건국과 6.25동란을 거치며 나라의 주춧돌로 자리매김한 것은 물론 애국애족(愛國愛族)의 역사를 거쳐 오늘날까지 지탱해 왔습니다. 또한 학생탑 정신을 새긴 동문들이 사심없이 온몸을 던져 독재정권에 항거하고, 민주 사회를 건설하는 데 매진해온 자랑스러운 역사를 갖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이같이 자랑스러운 모교의 정신을 계승 발전시키는 소임을 짊어진 ‘사단법인 광주일고100주년기념사업회’는 100년에 걸친 역사를 소중하게 기리고 보존하면서, 새로운 시대 정신에 맞는 좌표를 설정하여 동문들과 함께 나아가리라 굳게 마음먹고 있습니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선·후배 여러분!
지난 100년 동안 우리 모교와 동문들이 이 나라 민주주의의 초석을 닦는 데 매진해온 역사는 고난을 넘어 참으로 영광스러운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제 지난날의 영광을 돌아보는 것 못지않게, 향후 100년의 역사는 급변하는 정세와 사회상을 예감하면서도 새로운 정신과 자세로 재무장해야 할 큰 소명을 앞에 하고 있습니다. 장차 세계는 이념 분쟁과 갈등의 시대를 넘어 디지털 문화로 대변되는 새로운 조류를 흡수하고, 새로운 산업을 일으키는 데 매진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대립과 갈등을 넘어 남과 북이 대화의 물꼬를 트고, 동서가 편견이 넘어 하나 되는 상생의 시대로 나아가는 데 우리 서중 일고인들이 누구나 앞장서야 할 것입니다. 새로운 시대에 즈음하여서도 우리 서중 일고인들은 우리 민족의 중심에 서서 밝은 미래를 여는 데 앞장서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우리 기념사업회는 동문 여러분을 만날 때까지 만반의 준비를 갖추는 데 소홀함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사랑하는 동문 여러분!
모교의 지난 100년 역사를 보존하고 지키면서 또 다른 100년을 향해서 나아가려는 우리 기념사업회에 우리를 낳고 길러준 국가와 사회에 보답하는 마음으로 어느 때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념사업회는 우리 동문들의 이 같은 여망에 부응할 수 있도록 수고를 아끼지 않을 것을 약속드립니다.
끝으로 코로나19라는 어려운 팬데믹 시대를 종식하고 가까운 시일에 우리 동문 선·후배 여러분이 다 함께 모여 힘차게 교가와 응원가를 목놓아 부르고 새로운 시대를 함께 열어가기를 바랍니다. 모쪼록 머지않은 반갑게 만날 그날까지 동문 선·후배님 모두 건강하시고 어려움을 잘 극복하여 뜻하시는 일 꼭 이루시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2021년 5월
(사)광주일고100주년기념사업회 이사장 김동신